"너 결혼할 때 나랑 약속했잖아" | 개그우먼 김효진 인터뷰 | 미션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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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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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타임라인
00:00 인트로 근황
01:13 선배 개그우먼들
02:03 사모 김효진이 되기까지
10:10 사모 공개 후 주변 반응
11:50 최종 목표

1990년대 MBC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 ‘오늘은 좋은 날’에서 ‘쪼매난 이쁜이’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개그우먼 김효진(48·온누리교회)씨가 연극 ‘사랑해 엄마’를 통해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 26일 서울 대학로 아트하우스에서 만난 김씨는 음악에 맞춰 눈을 깜박이던 쪼매난 이쁜이 때부터 뜨거운 모성애를 지닌 엄마로 변신한 뒤 최근 남편이 목사 안수를 받고 ‘사모님’이 됐다는 소식까지 긴 세월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부족한 내가 사모의 자격과 역량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갑자기 위선자처럼 ‘할렐루야’하고 싶지는 않고(웃음) 사모와 예능인 사이 지혜롭게 중심을 잡으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씨와 일문일답.

-연극 ‘사랑해 엄마’에 출연한 계기와 소감은.

“그동안 방송 출연과 라디오 DJ를 하고 또 아내로 엄마로 바쁘게 살았다. ‘사랑해 엄마’는 2019년 초연한 작품인데 당시 관람한 뒤 너무 따뜻하고 좋은 작품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었다. 친한 선배인 조혜련씨가 이 작품으로 연출자에 도전하면서 나에게 같이 해보자는 연락이 왔다. 나도 그사이 막둥이를 낳으면서 엄마로서의 마음이 더 깊어지던 차였기에 출연을 결심했다. 아들을 향한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 이야기인데 어떨 때는 두 아이를 가진 엄마 입장에서 공감이 되고 한편으로는 친정엄마 생각도 나면서 즐겁게 공연하고 있다.”

-모태신앙이었지만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교회와 멀어졌고 우연한 기회에 다시 하나님을 만났다고 들었다.

“유년 시절부터 연예인을 꿈꾸면서 부와 인기, 명예를 다 하나님을 위해 쓰겠다고 기도했었다. 그런데 하나님이 꿈을 다 이뤄주신 후에는 인기에 젖어 세상 속 탕자처럼 살았다. 너무 어릴 때 데뷔해 아버지뻘 되는 제작진과 교섭하는 게 항상 어려웠다. 인기도 지속하지 않았다. 마음에 공허함을 느끼며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주연이었다가 조연으로 밀려나고 진행자였다가 패널로 섭외가 올 때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고 우울했다.

그때 온누리교회로 박차고 달려가 예배를 드렸다. 당시 어느 목사님이 어떤 설교를 하셨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죄인이라는 생각에 눈물 콧물을 흘리며 기도했고 하나님을 다시 만났다. 그 후에는 마음에 대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전에는 내가 목표를 세우면 하나님은 그걸 들어주는 도구라고 생각하며 하나님께 요구만 하는 기도를 많이 했다. 이제는 하나님께서 나를 위한 계획과 목적을 갖고 계시고 내가 도구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

-회사원이었던 남편이 갑자기 목회자가 되겠다는 말을 했을 때도 같은 마음으로 순종했나.

“남편이 목사가 될 거라고 했다면 아마 결혼을 안 했을 거다. 목회자와 그 배우자의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다. 다만 남편이 유년 시절에 목사를 꿈꿨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서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 건 있었다. 첫 아이를 낳고 남편이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방황을 심하게 했다. 이혼까지 생각했을 그때 하나님이 떠올리게 하신 게 결혼서약서였다. ‘존경스러울 때나 존경스럽지 않을 때나 이 사람을 사랑하겠다’는 말을 내가 직접 썼었다. 기도하면서 ‘미운 사람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더 사랑을 표현했더니 남편이 술도 끊고 성격도 밝아지고 전보다 성경도 더 열심히 읽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목사가 돼야겠다고 하는 거다. ‘하나님, 제가 남편 회복시켜달라고 했지 목사까지 되게 해달라고는 안 했잖아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올 것이 왔구나. 이게 하나님의 계획이었구나’라는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남편이 목사 안수를 받고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앞으로 일반 목회를 하지는 않을 것 같고 어떤 사역을 할지 준비 중이다.”

-크리스천 예능인으로서 가진 목표와 비전이 있다면.

“내가 먼저 하나님 앞에 기쁜 사람이 돼 그 기쁨을 사람들에게 흘려보내고 싶다. 기뻐하기 힘든 시국이긴 하지만 나를 통해 사람들이 웃게 되면 나도 기쁠 것 같다. 사랑과 같은 기본 가치들이 무너지고 있는데 그 중요성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연극 ‘사랑해 엄마’도 크리스천 배우와 연출이 뭉쳤기 때문에 원작을 살짝 수정해 무대에 십자가도 걸고 기도하는 대사도 넣었다. 연기하면서 육신의 엄마도 이렇게 아들을 사랑하는데 독생자를 내어주신 하나님의 사랑은 얼마나 클지 묵상하게 된다. 그 하나님의 마음을 연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전하고 관객들이 무의식적으로라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런 좋은 작품들을 많이 보러와 주시면 또 유익하고 따뜻한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항상 기도하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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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_장진현 김영광PD
편집_김영광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