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깨달았습니다. 이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 못한 기도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요. 황미경 사모의 아침에 쉼표(영상 차영호)
극동방송 좋은아침입니다
엘리베이터의 짧은 인연
그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이른 출근 길,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한 여학생이 서 있었습니다. 그녀는 교복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을 보고 있었구요, 나는 인사대신 조용히 목례만 하고 탔습니다. 좁고 고요한 공간의 엘리베이터는 느릿하게 내려가고, 어색한 침묵이 공기를 메웠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이의 입에서 아주 작고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습니다. “오늘은 제발... 안 울게 해 주세요” 나는 순간 모든 동작을 멈췄습니다. 그 말은 분명 누군가에게 건네는 기도처럼 들렸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삼키지 못한 속마음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마 스스로에게, 혹은 하나님께... 그 아이도 모르게 흘러나온 간절함이었을 겁니다.
그 짧은 속삭임엔 매일을 버텨내는 아이의 치열한 하루가 묻어있는 듯 했습니다. 무심한 교실, 기대보다 실망이 더 많은 가정, 그리고 어른들에겐 작아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너무 커다란 세상의 무게 같은 것이랄까요? 그 때 깨달았습니다. 이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 못한 기도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요. 누구에게도 쉽사리 열어보일 수 없는 마음을 혼자 중얼거리며 하늘을 향해 기도같은 것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렸습니다. 그 아이가 나가려던 순간, 나는 아주 작은 용기를 내어 조용히 말했습니다. “오늘... 좋은 하루가 될 거에요, 꼭요!” 그 말은 내게도 낯설었고, 그 아이에게는 더 낯설었을 지 모릅니다. 아이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잠시 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짧은 몇 초가 지나고 문이 닫혔지만, 나는 그날 하루종일 그 아이의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세상에는 말하지 못한 기도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또 그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작은 속삭임조차 놓치지 않으시지요. 그리고 가끔은 그 기도의 응답을 엘리베이터 안, 낯선 누군가의 한 마디로 전하시기도 합니다. 평범하고 작아 보이는 공간에서 희미하게 속삭이는 기도에도 주님은 반드시 응답하십니다.
그날 아침, 마치 하나님의 미소가 조용히 내 어깨에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했습니다. 주님은 때로, 한 사람의 눈물어린 기도에 응답하시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손을 얹으십니다. 그 누군가는 바로 ‘내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오늘, 저와 여러분의 작은 용기가 한 사람의 무릎꿇은 간절한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은밀한 대답일지도 모릅니다.
아침에 쉼표, 황미경 사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