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뉴스] '20년 떠돌이 생활' 여명학교, 교사 건립 또다시 반대 부딪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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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뉴스] '20년 떠돌이 생활' 여명학교, 교사 건립 또다시 반대 부딪쳐

[앵커]

북한배경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여명학교가 학교 건물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주민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지난 7월 교사 건립 업무 협약을 맺으며, 20년 넘게 이어진 숙원이 풀리는 듯했지만, 최근 주민설명회를 거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교육청은 주민들과 협의를 이어가면서 건립 절차도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학교 측은 학생들이 받을 상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정원희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지난 7월, 여명학교 조명숙 교장은 새 교사 건립 업무협약식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20년 넘게 자체 교사 없이 떠돌던 학교가 마침내 정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조명숙 교장 / 여명학교
"그동안 품을 내주지 않는 사람들 안에서 제가 꿈이 하나 생겼습니다. 새로운 곳에는 아이들이 환영받으면서 이사했으면 좋겠다. 제가 그동안 받았던 서러움, 아이들한테 미안했던 게 다 갚아지고 아이들한테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명학교에게 안정적인 터전을 마련하는 일은 늘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9년 서울 은평구에 교사를 지으려던 계획이 주민 반대로 무산되면서 2023년부터 강서구의 한 폐교 건물을 빌려 임시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내년 2월 건물 사용 계약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학교가 20여 년간 모은 100억 원에 한 대기업의 후원금 60억 원을 더해 2029년까지 건물을 지은 뒤 서울시교육청에 기부채납하고, 한동안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마련됐습니다.

지난달 주민설명회가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을 때만 해도 학교 측은 이번에는 큰 고비를 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산이었습니다.

지난 17일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주민설명회에서 여명학교 건립에 반발하는 고성이 이어졌고, 학교 주변 아파트엔 반대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결국 조명숙 교장은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아이들을 품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인터뷰] 조명숙 교장 / 여명학교
"지나갈 때 그 플래카드가 걸려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학생들에게) 계속 반대쪽으로 다녀라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조금 섭섭하시더라도 플래카드 좀 떼어주시고 애들이 보면서 너무 상처 받으니까…"

주민대책위는 여명학교 학생이나 학교의 특성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임시 사용으로 알고 있던 계획이 달라진 데 대해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의견수렴이 없었단 겁니다.

서울시교육청도 소통의 미흡함을 인정하면서도 건립 계획 자체를 백지화할 수는 없단 입장입니다.

따라서 주민 대표들과 추가 협의를 이어가면서도 건립을 위한 행정절차를 함께 진행한단 방침입니다.

학교 측이 가장 걱정하는 건 갈등 과정에서 학생들이 또다시 상처 받는 겁니다.

[인터뷰] 조명숙 교장 / 여명학교
"북한이나 중국이나 러시아 또 한국에 올 때까지 환영받지 못했는데, 이 아이들한테 이제 나가라고 하니까 여기서 받은 상처가 더 큰 것 같아요."

어른들의 갈등 속에서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마음고생을 걱정하며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민정 학생 / 여명학교
"우리 선생님들 지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만약에 지치는 순간이 오더라도 저희가 함께하고 있고 또 하나님이 함께하고 계시기 때문에 용기를 얻고…"

물론 주민 모두가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설명회 현장엔 건립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학생들이 받을 상처를 걱정해 학교에 꽃과 간식 등을 놓고 가며 힘을 보태는 이웃들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계를 포함한 시민사회 27개 단체는 현 부지 학교 건립을 지지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여명학교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에 힘을 보태고 나섰습니다.

'20년 떠돌이'란 아픔을 딛고 안정적인 배움터를 세우려는 여명학교.

주민들이 제기하는 절차상의 우려를 풀어내는 동시에 학생들이 더 이상 떠돌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지역사회와 교육당국의 해법 마련이 주목됩니다.

CBS 뉴스 정원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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