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방송 은혜 칼럼!! 적당한 거리는 사랑의 반대말이 아니라, 사랑이 숨 쉬는 자리입니다. 무례히 행하지 않는 사랑의 예의입니다. (영상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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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9 극동방송 인문학을 하나님께 적당한 거리

극동방송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강남비전교회 한재욱 목사입니다.
인문학의 주인은 하나님! ‘인문학을 하나님께’ 오늘은 원재훈 시인의 시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을 하나님께 드리며 ‘사이가 좋다는 말은 적당한 거리가 있다는 말입니다.’라는 주제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 - 원재훈 -

(중략)그대여
바다가 섬에 스미듯
이제 나는 그대에게 스민다
달빛이 바다에 와 저의 색을 버리고 푸르게 빛나듯
그대의 섬, 그대를 바라보기 아주 적당한 거리에서
나도 하나의 작은 섬이 되고 싶다
그대가 되고 싶다

시인은 사랑을 ‘스미는 일’이라고 노래합니다. 밀려드는 것이 아니라, 스미는 것. 파도처럼 덮치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섬의 발치를 조용히 적시듯 번지는 것. 사랑은 그렇게, 소리 없이 젖어드는 일인가 봅니다.
그 다음 시인은 달빛을 데려옵니다. 달빛이 바다에 내려앉을 때, 달빛은 제 은빛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바다의 푸른빛을 입고, 바다가 되어 함께 빛납니다. 사랑이란 제 색을 조금 내려놓는 일이라고, 시인은 슬쩍 일러 줍니다. 그런데 시의 마지막이 참 묘합니다. ‘그대가 되고 싶다’며 하나가 되고 싶다면서도, 끝내 시인은 ‘섬’이 되겠다고 합니다. 딱 붙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기 아주 좋은 거리에 떠 있는 섬. 그대에게 스미고 싶으면서도, 그대를 삼키지는 않는 섬. 이 시의 아름다움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과, 끝까지 지켜 주고 싶은 거리가 한 편의 시 안에서 함께 출렁이고 있는 것입니다.
사이가 좋다는 말은, ‘알맞은 거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바짝 끌어안으면 서로의 가시에 찔리고, 아파서 떨어지면 다시 춥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거리와 찔리지 않을 만큼의 거리, 그 사이로 잔잔한 바닷물이 흐르고, 바람이 지나가고, 햇살이 스밉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그가 혼자 걸어야 할 길과 혼자 견뎌야 할 몫 앞에서는 한 발짝 물러서, 그를 위해 기도하는 일입니다. 그 여백이, 그 여지가 관계를 숨 쉬게 합니다. 다 채우려 들지 않고 조금은 비워 두는 마음. 그 빈자리에 그리움이 고이고, 존중이 자라고, 사랑이 오래 머뭅니다. 여백이 없는 그림은 답답하고, 여백이 없는 사랑은 숨이 막힙니다.
하나님은 전도서 3장 5절 통해서 이 ‘거리의 지혜’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할 때가 있으며”(전3:5b).

참된 사랑에는 꼭 끌어안을 때가 있고, 가만히 한 걸음 떨어져 지켜봐 주며 기도해 줄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적당한 거리는 사랑의 반대말이 아니라, 사랑이 숨 쉬는 자리입니다.
무례히 행하지 않는 사랑의 예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