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묵상을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황미경 사모의 아침에 쉼표(영상 천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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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방송 좋은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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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보내는 마음
“봄! 너를 반기느라 정신 없었는데, 벌써 떠날 채비를 하는 너에게 묻고싶어. 햇살은 점점 짙어지고 공기는 여름의 예고처럼 바뀌어가는데 나는 아직 네 안에서 천천히 숨 쉬고 싶거든, 꽃잎이 다 떨어지기전에, 그 끝자락이라도 붙잡고 조금만 더 걷고싶어.”

어느 날 문득 떠오른 봄의 묵상을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언제든 네 감정이 머무는 곳, 그곳에서 같이 걸어주겠다’는 친구의 짧은 답신에 또 다른 감성이 밀려옵니다.

나의 말 하나 하나가 이미 감성의 결을 따라 흘러가고, 자연의 변화에 마음을 빗대어 보고 사이와 여백에 주목하며 ‘나’라는 존재를 조용히 응시하는 태도는 봄을 보내는 나만의 방식인가 봅니다. 감성은 지나는 계절 하나에도, 스며드는 햇살에도 그 속에서 조용히 머무는 마음에도 살아 있는 게지요. 아마 내 영혼이 지금 봄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되네요. 세상이 아무리 빨리 흘러가도 작은 계절의 떨림 하나에, 빛의 변화에,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건 어쩌면 우리 안에 주님 주신 아름다운 세계 하나를 갖고 있는 축복 아닐까요?

햇살이 조금 더 길어졌다는 것, 괜히 서운해지는 마음으로 알아채고, 바람이 달라졌다는 것, 낯설게 스친 온기로 받아들이며, 지나는 계절에 무심코 말을 걸고 잊힌 감정의 조각에도 다시 눈이 젖는다는 건 이 나이에도 참 다행입니다.

우리는 지금 봄 어디쯤에 있는 걸까요? 꽃은 지고 잎은 짙어가고 우린 그 어딘가에서 멈춰 섭니다. 지나간 계절에 미련을 두면서도 다가오는 햇살에 눈을 찡그리지요. 매번 거저받는 자연의 은혜 속에서 피고지는 것들, 흘러가는 것들, 그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하우올리(HAUOLI)는 하와이어로 ‘행복’을 의미하는 단어랍니다. 우리가 애쓰지 않아도 매일 선물처럼 자연이 주는, 댓가없이 얻게 되는 소소한 기쁨들을 삶이라는 공간에서 만나고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지요.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늘 주어지는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아는 것이 행복과 직결되는 것이겠지요. 행복은 감사며 은혜라고 읽을 수 있을 겁니다.

긴 겨울 끝에 찾아 온 생명력의 회복, 따스한 바람에 마음도 설레는 한 주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어느 새 핀 꽃 무리에 그보다 더 환한 미소로 답하는 잠깐의 여유를 가져봄은 어떠신지요?

아침에 쉼표, 황미경 사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