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이 느껴지는 하루를 만들어주세요^^ 황미경사모의 아침에 쉼표 (영상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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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방송 좋은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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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선물

몇 해 전 어느 초 여름, 그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하늘은 잿빛으로 내려앉았고, 공기는 눅눅하게 무거웠습니다. 우산을 챙겨 나섰지만, 바지 밑단은 금세 젖고 신발 속으론 차가운 물기가 스며들었습니다. 몸이 젖으면 마음도 함께 젖는 것일까요? 지친 어깨와 축 처진 마음이 빗줄기와 나란히 흘러 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은 늘 그런 묘한 고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발걸음을 재촉하고, 말수는 줄어들고, 창 밖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저마다의 생각들이 고이지요. 저도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일을 마친 뒤 편의점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운 후 다시 강의실로 돌아가는 길, 그리 넓지 않은 골목 어귀에서 한 아주머니가 작은 무언가를 들고 서 계셨습니다. 비에 젖지 않게 비닐로 살짝 덮은 상자 안에는 빵과 컵 라면, 비닐 우산 몇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상자 앞에는 손글씨로 쓴 작은 종이 한 장, ‘혹시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나는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나눠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없는 고요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자리를 쉽게 떠날 수 없었습니다.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는데, 마음 한 가운데에서 아주 조심스레 따뜻한 뭔가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오늘을 가까스로 견디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와 “당신도 사랑 받고 있어요”하며 다정하게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알았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는 꼭 크고 놀라운 기적의 모습으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이렇게 비 오는 날, 낯선 골목에서 만난 작은 친절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분은 때로 비닐우산 하나, 작은 빵 한 조각, 말없는 작은 배려로 우리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십니다. 사람들은 종종 질문하지요. 어떻게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냐고요. 무슨 특별한 체험이 있어야 믿게 되는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믿음은 갑자기 번쩍이는 빛처럼 오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어쩌면 그것은 비 오는 날 고요한 골목에서 마주 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작은 상자처럼 조용히 우리 삶에 스며드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저는 다시 우산을 쓴 채 천천히 골목을 빠져 나왔습니다. 우산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한결 가볍게 걸었습니다. 이 비는 젖는 비가 아니라 적시는 은혜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돌이켜보니, 그날의 비는 더 이상 축축한 불편함이 아니었습니다. 비 오는 날의 그 작은 상자는 제게 그렇게 사랑을 다시 가르쳐준, 그리고 메마른 우리 마음을 적시는 하나님의 선물이었습니다.

아침에 쉼표, 황미경 사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