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들어오실 자리를 준비하세요~ (한재욱 목사의 인문학을 하나님께 영상 김부경피디)
극동방송 좋은아침입니다
20250925 극동방송 인문학을 하나님께 여백이 있는 사람
극동방송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강남비전교회 한재욱 목사입니다.
인문학의 주인은 하나님! ‘인문학을 하나님께’ 오늘은 조정권 시인의 시 「흰」을 하나님께 드리며 ‘여백이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주제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흰 먹으로 흰 산을 그리고 / 흰 먹을 갈아 흰 산 첩첩이 그리지만 /
아직도 흰 산엔 가닿지 못하네 (중략) /
흰 산 늘 구름이 자욱하다 / 흰 산 늘 구름 끼고 자욱하다 /
흰색은 모든 빛이 하나로 만나는 순수한 시작점입니다. 화가의 첫 터치를 기다리는 흰색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빈 공간입니다.
‘먹’은 원래 검은 색, 그을음을 가지고 만 번을 찧고, 그 다음 아교를 넣고 만 번 찧어 먹틀에 넣고,재 속에 넣어 말린 후, 그늘에 장시간 건조시켜 탄생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인은 얼마나 많은 검은 먹을 갈아서 ‘흰 먹’을 얻게 된 것일까요. 그런데도 “아직도 흰 산에 닿지 못한다”고 하는 것을 볼 때, ‘흰 산’은 ‘흰 먹’으로 그려도 도달할 수 없는 ‘먼 산’임을 알게 됩니다. 그 먼 흰 여백이 우리를 더욱 애틋하게 합니다. “흰 산 늘 구름이 자욱하다.” 언젠가 그곳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 하라 켄야의 저술 『백』의 서문에 유명한 선언이 나옵니다. “‘백’은 색이 아니다. 감수성이다.”
흰색은 물리적 색깔을 넘어서, 그것이 지닌 ‘비움’, ‘여백’, ‘잠재성’을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백은 단순히 비워둔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통로입니다. 작가는 모든 것을 채워 넣는 대신, 일부를 남겨두어 독자가 스스로 해석하고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합니다. 이것은 마치 “정신의 객석”을 준비해 두는 것과 같습니다. 무대가 공연자를 위한 공간이라면, 여백은 감상자가 들어와 앉아 사유하고 감응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렇습니다. 흰색은 여백입니다. 여백은 결핍이 아닙니다. 초대입니다.
빈 공간이야말로 가장 큰 환대입니다. 시인들은 여백을 맵시 있게 다루는 선수들입니다. 겨우 몇 글자 써 놓고 이야기를 다했다면서 펜을 내려놓습니다. 말문을 닫아버립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그 몇 글자가 영원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하지 않은 문장이, 가장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광고회사에서 제작물을 인쇄할 때, 원래 사이즈에서 3~5mm의 도련(DORYEON)이라는 작은 여분을 둡니다. 책이 좀 더 부드럽게 숨 쉬게 하는 공간입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각이 잡히면, 너무 여분이 없으면, 삶이 빡빡하고 각박해집니다. 조금은 헐렁하게, 구김도 약간 있는 것이 좋습니다. 누구든 설렁설렁 들어갈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신앙 생활에는 더욱더 여백이 필요합니다. 여백은 하나님께서 들어오실 자리를 내어놓는 것입니다. 내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면, 내 계획과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면, 주님의 뜻과 비전이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여백이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여백이 있는 신앙이 좋습니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시46:10a)
시편 46편 10절의 말씀입니다.